
저 정말 염치 불고하고 여러분의 의견을 여쭙고 싶어 글을 씁니다. 지금 제 기분은 비참함을 넘어 처참해요. 3년 만난 남자친구의 지독한 회피 성향 때문에 제 영혼이 깎여나가는 기분이거든요. 사실 저도 예전엔 회피형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남친을 만나 내 잘못을 깨닫고 피나는 노력 끝에 대화로 풀려 애쓰는 사람이 됐는데, 정작 남친은 시간이 갈수록 동굴 속으로 더 깊이 숨어버리네요.

어느 정도냐고요? 싸울 것 같으면 대답을 안 하는 건 기본이고, 전화를 끊고 잠수를 타요. 답답해서 집에 찾아가면 안에서 이중 잠금장치를 걸어버립니다. 문밖에서 서성이는 제 마음이 어떨지 알면서도 철저히 무시하는 거죠. 결국 회사에서 제가 먼저 말을 걸어야 화해가 되는데, 제가 먼저 다가가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그 태도가 남친을 괴물 같은 회피형으로 만든 걸까요? 제가 잘못한 걸까요?

어제도 그래요. 새벽 2시까지 게임 한다더니 연락도 없이 3시까지 계속하더라고요. 전화를 수십 번 걸어도 '곧 끝날 것 같아서' 안 받았대요. 그 30분이 저에게는 무시당하는 1시간 같았는데 말이죠. 화를 내니 또 입을 꾹 닫고 오늘 데이트까지 일방적으로 취소한 채 연락 두절입니다. 저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 이 사람, 정말 정이 뚝 떨어지는데 사내 연애라 소문날까 봐, 회사 사람들 눈총 받을까 봐 헤어지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제 꼴이 너무 우스워요.

제가 퇴사를 못 하는 상황인 걸 알아서 더 저러는 걸까요? 무시받고, 비참하고, 억울해서 잠도 안 와요. "너 잘못했잖아"라고 지적하면 입을 닫아버리는 저 사람에게 제가 뭘 더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여러분, 저 그냥 이 관계 끝내는 게 맞는 거죠? 사내 연애라는 족쇄를 어떻게 끊어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