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아침 정성 들여 멸치칼국수 라면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10분 이상 푹 끓여야 면발에 국물이 깊게 배어서 진정한 칼국수 맛이 난다고 설명했죠. 옆에서 면이 부는 거 아니냐고 핀잔을 줬지만, 이건 저만의 확고한 조리 철학이 담긴 과정이었습니다.

다 끓인 후 각자 그릇에 덜었는데 상대방이 면이 짜다며 물을 더 넣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분명히 본인 그릇에만 넣고 냄비 전체에는 넣지 말라고 두 번이나 강조해서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물병을 들더니 냄비에 물을 콸콸 부어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이건 설렁탕을 잘 먹고 있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깍두기 국물을 부어버린 것과 다름없는 행동입니다. 탕수육 부먹과 찍먹처럼 개인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공동의 냄비에 물을 붓는 건 선을 넘은 거죠. 저는 상대방의 입맛을 존중해서 본인 그릇에 하라고 배려했는데 제 입맛은 전혀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아침 8시 20분부터 시작된 이 논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옆에서 내용을 과장하지 말라며 실시간으로 글을 검열하고 있네요. 친구에게 물어보라길래 제 얼굴에 침 뱉기 같아서 차라리 인터넷에 올려보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 냄비에 물 붓기 정말 괜찮은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