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시어머니께서 드라마 '며느라기'를 보시고는 눈물을 펑펑 흘리셨다길래, 내심 속으로 깜짝 놀랐어요. '어머, 어머니도 예전에 시집살이하며 서러웠던 기억이 나셨나?' 아니면 '요즘 저와 동서한테 미안한 마음이 드신 걸까?' 싶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짠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웬걸요, 눈물 끝에 이어진 어머니의 한마디에 저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말씀이, 드라마에 나오는 그 시어머니가 너무너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으셨대요. 아들도, 며느리도, 심지어 남편까지도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며 어쩜 저렇게 어머니 마음을 몰라주냐고 엉엉 우시더라고요. 세상에, 저는 당연히 며느리 입장에 공감하시는 줄 알았는데 어머니의 레이더는 오로지 '시어머니' 캐릭터에만 고정되어 있었던 거죠.

급기야는 드라마 속 며느리들을 보며 "어쩜 저런 것들이 둘이나 들어왔냐"며 버럭 화를 내시더라고요. 첫째고 둘째고 시어머니 대하는 꼴 좀 보라며, 본인이 당하시는 일인 양 흥분해서 몰아붙이시는데... 그 옆에서 듣고 있는 저는 졸지에 '현실판 나쁜 며느리'가 된 기분이었어요. 어머니 눈에는 그 드라마가 며느리의 수난기가 아니라, 못된 며느리들에게 고통받는 시어머니의 잔혹사였나 봅니다.

정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오더라고요. '아, 어머니가 공감하는 쪽이 결국 그쪽이었구나' 싶어서 배신감마저 들었어요. 같은 드라마를 봐도 이렇게까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소름 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제 앞날이 더 캄캄해지는 기분입니다. 여러분, 드라마 보며 착각한 제가 바보인 걸까요? 아니면 우리 시어머니가 너무 하신 걸까요?